채소와 김치 – 고조선 시대 이야기
단군신화에도 쑥과 마늘이라는 채소가 등장하는 것처럼, 우리 민족은 그 옛날 민족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던 시절부터 쌀과 같은 곡류와 함께 채소를 먹어 왔습니다. 단군신화가 수록된 삼국유사는 물론 삼국사기에서도 채소에 대한 얘기들이 군데 군데 나오는 것을 보면 이미 한반도 전 지역에서 골고루 채소를 먹고 있었음이 틀림 없겠지요.
그러나 사계절이 명확한 한반도에서 일년 내내 채소를 먹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채소가 자라지 않는 겨울에는 먹을 방법이 없지요. 더욱이 채소는 쌀이나 보리 같은 곡물과 달라 오랫동안 저장할 수도 없고 말려 먹기도 영 이상합니다.
아마 이런 문제로 고민하던 우리 조상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든 소금에 절이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이렇게 저장한 채소가 오래 보관할 수 있으며 독특한 맛과 향이 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사실 소금으로 절이는 것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다른 문화권에서도 사용하는 일인 지라, 어쩌면 신의 선물인지도 모르겠네요. 청동기 문화에 해당하던 고조선 시대부터 소금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고 삼국이 건국을 준비하던 무렵에 소금은 화폐처럼 중요한 상품임을 알려주는 기록이 있으니 – 유명한 드라마 주몽에서도 소금을 가지고 싸우는 장면을 보신 기억이 있지요? ^^ - 소금으로 채소를 절이는 방법은 그 때부터 널리 사용되었을 것입니다.
결국 김치의 원조가 되는 절인 채소들을 그 때부터 먹기 시작했다는 얘기니까, 김치의 역사는 짧게 잡아도 2천 년은 된 셈이지요. 부족국가시대부터 전해 온 김치는 그야 말로 우리 문화의 귀중한 유산이자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역사적인 존재입니다.
요즘 야채라는 말 대신 채소라는 말을 쓰자는 얘기가 많이 들립니다. 방송에서도 야채라는 말 대신 채소라는 말로 고쳐 쓰는 모습이 많이 보일 정도지요. 실제로 말하는 사람은 야채라고 하는데 자막은 채소라고 나옵니다.
야채라는 말 대신 채소라는 말을 쓰자는 이유는 야채가 일본식 한자말이라는 주장 때문입니다. 안 그래도 일본말의 흔적이 군데 군데 남아 있는 우리에게 일본식 한자말을 쓰지 말자는 주장은 너무나도 옳은 얘기지요.
그런데 국립국어원(www.korean.go.kr)의 주장은 조금 다르네요. 국립국어원의 묻고 답하기 게시판에 많은 사람들이 채소와 야채의 차이점에 대해 질문했는데, 그곳에는 이렇게 답변이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채소와 야채를 구분해 쓸 필요는 없다는 얘기네요. 하지만 일단 야채 대신 채소를 쓰기 시작하니 채소라는 말이 훨씬 정감이 가는데 참 사람의 기분이란 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