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김치 - 추석에 먹는 나박김치
마냥 길 것 같은 추석 연휴도 금새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리고 벌써 9월의 마지막 날.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날씨는 이제 가을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듯 싶습니다.
송편을 비롯해서 추석에는 맛있는 음식이 넘쳐 납니다.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빚은 송편에서부터 다양한 부침과 지짐들, 그리고 갈비 같은 푸짐한 고기 요리들. 다이어트를 결심했다가도 포기하고 그냥 허리띠를 풀어 놓은 채 자기도 모르게 젓가락질을 반복하게 되지요. 그래서 명절이 지나면 몇 kg이 늘었네 하는 얘기들을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그 만큼 명절에 해 먹는 우리 음식들은 뿌리치기 어려운 맛있는 유혹이지요.
그렇게 화려한 음식들이 가득해도 결코 빼 놓을 수 없는 음식이 바로 김치입니다. 차례상에도 김치는 꼭 올라 가지요? 혹시 이번 추석에 여러분은 어떤 김치를 드셨나요?
다양한 음식에 묻혀 김치는 조금 뒷 전으로 밀려나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명절 즈음이면 으레 채소 값이 오르고 김치는 소위 말하는 '금치'가 됩니다. 시기적으로도 곧 김장을 앞두고 있어서 옛날부터 추석에는 김치를 넉넉하게 담지는 않았답니다. 그래서 오래 두고 먹는 김치 대신 담아서 바로 먹을 수 있는 그런 김치들을 담았다는 거지요. 담아서 바로 먹을 수 있는 김치, 언뜻 떠 올리면 배추 겉절이부터 생각나지 않겠어요? 많이 담지 않아도 되고, 적당히 담아 온 가족이 바로 먹을 수 있으니 명절에 먹기에는 딱 좋은 김치겠지요.
그런데 추석 명절에 빼 놓을 수 없는 김치가 하나 더 있답니다. 바로 배추와 무, 오이, 당근을 넣어 담은 나박김치입니다. 이 무렵 나박김치에는 절대 빼 놓을 수 없는 재료가 하나 있죠. 바로 '배'입니다. 시원한 나박김치에 달콤한 배 조각 하나 씹히는 맛이 아주 일품 아니겠어요. 특히 나박김치는 전이나 튀김, 구이 같은 기름진 음식이 가득한 명절에 입 맛을 개운하게 해 주는 빼 놓을 수 없는 명물이지요.

원래 나박김치는 무를 얄팍하고 네모지게 썰어 절인 다음, 고추, 오이, 마늘, 미나리 등 부재료를 넣고 국물을 부어 만든 김치를 말합니다. 지역이나 집안에 따라서 들어가는 부재료는 조금씩 달라지겠지요? 옛날부터 나박김치는 식사할 때 국 대신으로 쓰이기도 했고, 식사 때 뿐 아니라 고구마나 감자 같은 간식을 먹을 때도 잘 어울리는 훌륭한 김치였습니다. 냉면이나 소면을 말아 먹기도 했지요. 새콤 달콤한 나박김치 국물에 소면 넣고 훌훌 털어 먹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입에 군침이 가득 돕니다. 동치미와 함께 김치 국물은 소화를 도와준다고도 하고, 연탄을 사용하던 시절에는 연탄가스에 중독된 사람에게 응급처치 약으로 먹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나박김치는 재료만 있으면 사시사철 담아 먹을 수 있는 김치이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기름진 음식과 잘 어울리는 탓에 명절에 더욱 빛을 발하는가 봅니다. 그렇게 화려하지도 않고, 눈에 확 띠지도 않지만 입 맛을 개운하게 만드는 나박김치가 있어 추석 음식 상이 더욱 아름다운가 봅니다.
'김치 블로그 > 김치 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철마다 풍요로운 계절별 김치 (0) | 2007.11.14 |
---|---|
[책] 병 안 걸리고 사는 법 2 실천편 (0) | 2007.11.12 |
김치 담글 때 물과 소금이 중요한 이유 (1) | 2007.10.26 |
[책] 병 안 걸리고 사는 법 (0) | 2007.10.18 |
한국엔 김치, 중국엔 짜샤이, 일본엔 단무지? (0) | 2007.10.04 |
김치가 몸에 해롭다구요? (0) | 2007.09.20 |
한국의 김치 - 섞박지 (0) | 2007.09.19 |
알고 나면 더 재미있는 배추 품종 이야기 (0) | 2007.09.10 |
김치로 실천하는 디톡스 (0) | 2007.08.27 |
식당 김치는 왜 두고 먹으면 안되나 (47) | 2007.0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