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 김치를 빛나게 하는 주연급 조연 #2 : 고춧가루
양념, 김치를 빛나게 하는 주연급 조연 #1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한국 김치의 맛을 내는 고춧가루
다른 양념도 다 중요하지만 고춧가루는 김치의 매운 맛과 붉은 색을 나게 한다는 점에서 그야 말로 대표 양념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고춧가루는 임진왜란 이후 우리 민족이 가장 많이 먹는 양념인데, 한 통계에 따르면 연간 한국에서 생산, 소비되는 고추는 약 16만 톤 수준이며 수입되는 고추까지 합하면 약 20만 톤 정도가 소비된다.
고추에는 각종 당류는 물론 카로티노이드 계통의 색소 비타민과 캡사틴의 적색소 물질, 그리고 캡사이신이라는 매운 맛 성분이 들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캡사이신의 매운 맛이 암을 유발하기 때문에 맵게 먹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이는 틀린 정보로 밝혀졌고 오히려 최근에는 캡사이신이 몸에 흡수되면서 체지방을 분해시킨다는 연구 문헌이 발표되어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기도 하다.
고춧가루, 위생과 청결이 무엇보다 중요
다 아는 것처럼 고춧가루는 고추를 빻아 만든다. 잘 익은 고추를 수확한 후 햇볕이나 고열로 말려서 건조하고, 빻아서 가루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고추는 각종 미생물이나 오염 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다. 실제로 소위 말하는 태양초를 만들려면 고추를 노지에 널어 말리는데 이 과정에서 먼지를 비롯해 다양한 오염 물질이 들어간다. 대게는 이렇게 말린 고추를 곧바로 가루로 만들기 때문에 고춧가루에는 여러 잡균이 남아 있을 수 밖에 없는 일. 이렇게 잡균이 들어간 고춧가루로 김치를 담그면, 김치가 익는 도중에 잡균이 번식하면서 배추의 조직을 무르게 하고 김치의 색깔도 검게 만드는 것은 물론 결국 김치 맛도 망치는 것이다.
따라서 고춧가루를 만들기 전에 반드시 고추를 마른 행주 등으로 깨끗이 닦고 깨끗한 공장에서 고춧가루를 만들며 냉동 보관해야 잡균의 번식을 막을 수 있다. 특히 고춧가루에는 적당한 수분과 당 성분, 무기질, 비타민 등이 들어 있어 미생물이 자라기 좋다. 때문에 이러한 미생물이 자랄 수 없도록 냉동 보관해야 하는 것이다.
고추를 말리는 방법, 양건과 화건
고춧가루를 만드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말리는 과정이다. 기술적으로 보면 고추는 성장하면서 펙틴질이라는 성분이 당이나 색소, 매운 맛 성분으로 점차 바뀌게 된다. 어린 고추가 점차 자라면서 붉게 변하고 매운 맛을 띠는 것이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러한 변환 과정은 수확할 때까지도 계속 되다가 고추를 말리면서 남아 있는 성분이 모두 변환된다.
고추를 말리는 방법은 햇볕에 말리는 양건과 불로 말리는 화건으로 나눌 수 있다. 햇볕에 말리는 양건은 자연 상태에서 서서히 건조되디 때문에 위에서 말한 펙틴질이 거의 모두 전환된다. 따라서 말린 고추의 색깔이 환한 붉은 색이며 깔끔하고 정갈한 매운 맛을 낸다. 흔히 태양초라고 부르는 고추들은 이렇게 햇볕에서 말린 고추를 의미한다. 반면 화건은 강제로 짧은 시간에 열을 가해서 고추를 말리기 때문에 고추가 검붉은 색깔이 나고 아무래도 양건에 비해 맛과 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잘 말린 고추로 만든 고춧가루를 고르는 것도 김치의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일이다. 일반적으로 양건은 고추의 꼭지 색이 노란 빛을 띠며 고추를 손에 들고 흔들어 보면 안에서 고추씨가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반면 화건은 꼭지가 녹색을 띠고 고추씨가 흔들리지 않는다.
한편 중국산 수입 고추는 건조 과정이 한국과 전혀 다르다. 고추를 수확한 후 널어 말리는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에서는 고추나무를 통째로 뽑아 줄에 거꾸로 매달아 말리기 때문에 줄기와 잎에 있는 냄새가 고추에서도 난다.
양념, 김치를 빛나게 하는 주연급 조연 #3 기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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