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를 김치답게 만드는 신의 섭리, 발효
흔히 김치를 발효식품이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발효란 무엇일까요? 국립국어원에서 제공하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발효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명사]<화학>효모나 세균 따위의 미생물이 유기 화합물을 분해하여 알코올 류, 유기산류, 탄산가스 따위를 생기게 하는 작용. 좁은 뜻으로는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미생물이 탄수화물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얻는 작용을 이른다. 술, 된장, 간장, 치즈 따위를 만드는 데에 쓴다.
그런데 이게 웬일. 발효 식품의 예로 김치가 빠져 있네요 ^^ 국어사전에서도 김치를 살짝 무시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쁩니다만,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 하여튼 발효란 미생물이 무언가 작용을 해 또 다른 뭔가를 만들어 낸다는 뜻이랍니다.
이를 김치에 적용시켜 볼까요? 김치에 있어 발효란 쉽게 말해 '익힌다'라는 말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삭힌다'라는 표현도 있을 수 있고 한자말 쓰기 좋아하는 분들은 '숙성시킨다'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아삭아삭한 생김치에 미생물이 자리 잡으면서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생김치를 변화시키는 과정이지요.
그런데 김치에 있는 미생물을 우리가 잘 아는 말로 바꿔 표현하면 그건 '유산균'입니다. 치즈나 요구르트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유산균이 김치에도 있다는 말이지요. 국어사전에서는 유산균을 아래와 같이 설명합니다.
명」『화』 당류(糖類)를 분해하여 젖산을 만드는 균의 하나. '젖산균'으로 순화.
당류란 물에 잘 녹으며 단맛이 있는 탄수화물이고 젖산은 신맛이 나는 끈끈한 액체를 말합니다. 그래서 역시 이 내용을 김치에 적용하면 김치에 있는 유산균은 단맛을 분해해 신맛이 나는 끈끈한 액체를 만들어 낸다고 할 수 있겠지요. 물론 실제로 유산균은 젖산 외에도 다양한 물질을 만들어 냅니다.
게다가, 유산균은 한 가지 종류만 있는 게 아닙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유산균의 종류는 약 200여가지. 따라서 똑같은 김치라고 해도 거기에 살고 있는 유산균은 서로 다른 종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똑같이 담근 김치도 날씨에 따라 지역에 따라 또는 이런 저런 이유에 따라 맛이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예전에 대장금이라는 드라마 보신 분들 혹시 기억하시나요. 김치와 같은 발효식품인 된장을 담은 항아리가 위치를 옮겼다고 해서 맛이 달라진 경우가 있었습니다.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유산균이 활동하면서 맛이 변해 버린 것이지요. 또 우리 옛말에 집집마다 장맛이 다르다 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집집마다 키우는 유산균이 다르기 때문에 맛이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맛있는 유산균이 먼저 자리를 잡으면 그 김치는 맛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맛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김치에게 있어 발효 과정이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지요. 맛있는 김치를 만들려면 좋은 유산균이 자라날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앞으로 이 부분에 있어서 훌륭한 연구 결과들이 나오길 간절히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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