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달인, 된장을 말하다

/김치 블로그/김치 데스크   -  2008. 1. 1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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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번역된 ‘맛의 달인’ 5권을 보면 된장(여기서는 미소)에 관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된장을 만들어내는 ‘대명가’와 오랜 전통의 수작업을 고수하는 ‘원조 시골 된장’에 얽힌 이야기인데, 두 곳은 된장 제조 방식이 정반대이다. ‘대명가’는 저렴한 가격에다가 1개월 만에 완성품을 만들어 대량으로 된장을 공급하고 있는 반면, ‘원조 시골 된장’은 숙성 기간만도 1년이 족히 걸린다.

어째서 ‘대명가’는 1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된장을 만들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대명가’가 빠른 생산을 위해 사용하는 ‘속성양조’라는 방법에 있다. 즉 여러 가지 화학 약품과 화학 조미료를 쓰는 것이다. 완성된 제품 자체만 놓고 보면 맛의 차이도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전통 방법을 지켜 만든 된장과, 속성양조를 거쳐 만든 된장으로 각각 음식을 만들게 되면 차이가 생긴다. 1개월짜리 된장은 맛과 향에서 전통 된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일본인들의 오랜 술안주이기도 했던 ‘구운 된장’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전통 된장을 구우면 구수하면서도 달짝지근한 맛이 나지만, 1개월짜리 된장은 만화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맛이 없다”. 불에 굽고 남은 것은 화학 조미료가 사라진 된장 찌꺼기뿐. 즉 ‘대명가’는 원가 절감을 위해 수입 콩과 콩 찌꺼기를 섞어서 된장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구운 된장으로 남겨진 된장 찌꺼기가 제 맛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연의 맛’은 그리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 전통 된장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질까? 필요한 건 콩과 천일염, 그리고 물이 전부다. 우선 잘 골라 깨끗하게 씻은 콩을 미지근한 물에 하루 정도 불린다. 이렇게 불린 콩을 삶아서 물기를 뺀 후 네모지게 모양을 만든다. 그러니까 메주를 만드는 것이다. 만들어진 메주는 자연 상태에서 약 2개월 간의 건조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메주가 숙성, 발효되면서 된장 맛을 낼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다.

잘 건조된 메주를 씻어 표면의 불순물과 먼지 등을 없애준 다음 천일염으로 만든 소금물과 섞어 자연 상태에서 최소 3개월간을 다시 숙성, 발효시켜야 된장이 만들어진다. 메주를 띄우는 과정까지 합하면 적어도 5개월 가량 공을 들여야 비로소 된장이 완성되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한 해 두고 먹을 장은 보통 1년 정도 전에 미리 담글 정도이고, 장을 담는 옹기나 물, 기후 등도 제대로 된 장맛을 내는 데에 중요한 요소다. 세상사 무엇 하나 쉬운 것은 없지만 우리네 전통 방식으로 된장을 담그는 일은 그리 만만하지는 않다.

전통 고추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고추장의 경우 우선 잘 띄운 메주를 가루 내어 여기에 찹쌀가루와 고춧가루 및 엿기름과 같은 재료와 고루 섞어준 다음 적어도 3개월에서 6개월 가량 숙성시켜야 전통 그대로의 고추장 맛을 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모든 재료가 국산이 아니면 제 맛을 내기 힘들다는 점이다. ‘신토불이’라는 말도 있는 것처럼 우리 땅에서 정직하게 기른 재료들을 써야 우리 고유의 입맛에 맞는 먹거리들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파는 된장과 고추장의 성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체로 수입산 재료들, 수입산 콩과 밀가루를 주원료로 쓰고 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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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같이 그럴 듯한 신기술이란 게 (사실은) 문화를 파괴하고 건강을 파괴하는 것”이라는 만화 속 대사는 한번쯤 곱씹을 만한 가치가 있다. 공장의 대량 그리고 속성 생산으로 인해 가격이 낮아져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본 것도 분명 중요한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전통 장맛과 혼동해서는 안 되지 않을까? 재료를 골라 섞는 건 사람의 몫이지만, 그 재료를 만들고 또 담근 장을 알맞게 숙성시켜 주는 것은 온전히 자연이다. 이 ‘자연의 맛과 건강’을 고스란히 담은 전통 장류의 맛은 앞으로도 지켜야 할 우리의 문화이자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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