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프리카 색소로 김치를 담근 국내 일부 업체 적발
/김치 블로그/김치 데스크 - 2008. 1. 23. 10:10
잊을 만 하면 중국산 먹거리들에 관한 뉴스가 나온다. 지난해 말 한국과 중국 정부가 식품 안전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그 동안 우리 국민들을 위협해 왔던 중국산 먹거리 문제가 해결되나 싶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또다시 문제가 불거졌다. 이쯤 되면 고질병 수준이다.
그러나 이번 문제는 ‘중국산 먹거리의 위험’이라는 렌즈만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원재료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이를 둘러싼 업자들의 비양심적 행위가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위를 하고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지난 1월 11일, KBS 1TV의 <뉴스광장> 1부에서 보도된 뉴스에 따르면 중국산 다진 양념(즉 다대기)이 밀수 과정에서 적발되었다고 한다. 다진 양념으로 들여오면 관세를 상대적으로 적게 물리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문제는 이 다진 양념의 재료들, 보다 구체적으로는 사용된 고춧가루에 있다.

KBS <뉴스광장> 캡처 화면
사실 중국산 고춧가루는 그다지 새빨갛지는 않다고 한다. 그리고 빨갛지 않은 김치 양념이 먹음직스러워 보이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때문에 <뉴스광장>은 한국으로 보내질 김치용 다진 양념을 만드는 중국 내의 공장들은 중국산 고춧가루로 만든 다진 양념에 파프리카 색소를 섞은 뒤 물을 뿌려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렇게 해 주면 볼품 없는 다진 양념의 빛깔이 매콤하고도 군침 도는 새빨간 색으로 변하는 것이다.
물론, 파프리카 색소를 썼으니 인공적으로 만든 화학 색소에 비하면 훨씬 안전하고 믿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국산 고춧가루에 파프리카 색소를 넣어 고급스럽고 비싼 양념인 양 둔갑시키고는 생산 과정 자체를 밝히지 않아온 데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 파프리카 색소로 색깔을 낸 양념으로 담갔으면서도 마치 제대로 된 고춧가루만을 사용한 것처럼 포장하여 소비자들을 우롱한 것이다. 또한 해당 뉴스에 따르면 중국산 고춧가루의 경우, 고추 꼭지까지 버리지 않고 모두 같이 갈아버린다고 하니 고춧가루의 질 또한 낮을 터이다.
더군다나 이렇게 중국산 다진 양념을 수입하여 김치를 만들어놓고서도, 버젓이 국산 재료로만 정직하게 담근 김치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가격으로 판매해 온 것 또한 문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재료의 원산지를 표기해 놓았을 리도 없다. 뉴스에 의하면 경기도에 있는 한 김치공장은 포장지에는 국산 재료를 사용한다고 당당하게 표기해 놓았음에도 불구, 실제로는 이 중국산 다진 양념을 쓴다고 하고 있을 정도다. 소비자들은 결국 김치의 질은 물론이고 가격 면까지 이중으로 속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제조 과정을 거쳐 국내로 들어오는 다진 양념은 한 해 수만 톤에 이른다고 한다. (<뉴스광장> 참고) 현행 법 체계 내에서는 배추나 무와 같은 주재료만 원산지를 표기하도록 되어 있어,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사람과 관련된 어느 것이든 중요한 법일 테지만 그 중에서도 음식에 관한 것만큼은 가장 깨끗하고도 정직한 자세를 필요로 한다. 내 부모, 혹은 내 자식을 위한 식탁에도 과연 질 낮은 중국산 고춧가루와 파프리카 색소로 물들인 가짜 김치를 거리낌 없이 올릴 수 있겠는가.
또한 이와 같은 몇몇 불량 업체들 때문에 국산 재료로 정성껏 김치를 담가 온 다른 회사들이 당하는 피해도 상당하다. 뉴스에서도 정확히 어떤 업체들의 행위인지 밝히지 않고 있어 김치 제조회사 전체의 이미지가 실추된 것이다. 당장 눈 앞의 이익을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할 동종 업계에 피해를 끼치며 먹거리를 가지고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는 하루빨리 근절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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