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선물과 전통 장
설 선물을 고민하고 있으려니, 이제는 내가 ‘성인의 영역’에 들어섰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 기억을 더듬어보면 내게 설은 그저 어른들께 세배 드리고 용돈 두둑하게 챙기는 날,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만두 빚던 날 정도였다. 그러던 내가 어느 새 선물을 건넬 이들의 목록을 작성하고 또 어떤 선물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다. 꼬맹이 사촌들에게 세뱃돈을 주어야 하는지에 관한 걱정은 덤으로 얻었다.
매번 명절이 다가올 때마다 누구나 하게 될 고민. 뉴스를 보니 백화점에는 이미 지난 해 말부터 설 선물 전용 코너가 마련되었단다. 대형 마트들도 발 빠르게 설 선물 코너를 단장하여 고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그래. 어차피 살 거라면 선택지가 많은 곳에서 둘러보고 해야 답이 나오겠지 싶다.
백화점과 마트의 설 선물 카탈로그를 훑어보고는 주말에 짬을 내서 직접 발품을 팔았다. 갈비에 굴비, 각종 고급 식품을 비롯한 제품들이 포장 직전의 상태로 진열되어 있다. 어디 보자. 큰 맘 먹고 산 갈비 세트는 시골 할머니 댁에 보냈고, 곶감은 언니한테, 선물용 와인은 은사님 댁에 각각 보내드렸다. 모두 지난 해 일이다. 비싸기는 해도 싱싱한 전복이나 해산물들 쪽에 구미가 당기지만 역시 한번쯤 선물한 기억이 있다. 치약이나 비누, 참치캔 같이 일상 생활에 요긴한 것들도 식상하기는 마찬가지다. 뭔가, 색다르면서도 의미 있고, 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그런 선물이 없을까? 받는 사람이나 주는 사람 모두 뿌듯하고 기분 좋은 그런 선물 말이다. 여기에 가격까지 합리적이라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그래서 고민 끝에 고른 이번 설 선물은 전통 장류 세트다. 시대가 예전 같지 않아서 고추장과 된장 등을 집에서 일일이 담가 먹지 않게 된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입산 밀가루를 쓰고 화학 처리를 거친 고추장과 된장을 먹는다. 재래식으로 담그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닐뿐더러 맛에 익숙해졌기도 하고 재래식 고추장과 된장보다 덜 짜서 오히려 먹기 좋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아무리 그러하다 해도 전통 장류의 깊은 맛에는 따라오지 못한다. 더군다나 요즘에는 염분 농도를 낮춰서 전통 장류가 갖고 있는 영양소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짜지 않게 만든다고 한다. 들어가는 재료 또한 국산만을 사용하고 6개월간 숙성발효 과정을 거쳐 담근 것이니 그 맛이야 오죽할까.

옹기에 담겨져 있어 한층 고급스럽다.
물 맑고 기후 좋은 순창에서 60년 가까이 고추장을 담가온 명인, 문옥례 할머니의 정성이 담긴 설 선물 세트로 고마운 마음도 전하고 받는 분의 맛있는 식탁과 건강도 챙길 수 있을 것 같다. 마침 온라인 쇼핑몰에서 1월 31일까지 할인 행사를 진행 중이다. 다만 1월 31일 이후의 주문은 명절을 앞두고 택배 물량이 폭주하는 관계로 설이 지나야 배송된다고 하니 참고해야 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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