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나누는 습관, 건건이서리

/김치 블로그/김치 스토리   -  2007. 12. 28. 10:02


지금이야 사시사철 먹거리가 풍부하지만 가을 수확이 끝나고 나면 곡물은 물론이고 각종 찬거리 걱정을 해야 하는 때가 있었습니다. 젊은 세대에게는 생소한 ‘보릿고개’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보릿고개’ 외에도 ‘김장고개’라는 게 있는데 이는 지난 해에 담근 김장김치가 다 떨어지고 다시 새로 담그기까지 김치를 먹지 못하는 때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해요. 김치냉장고까지 가세한 요즘의 기준으로는 과연 어땠을지 잘 느껴지지 않기도 하지만 말이에요.

예나 지금이나 우리는 밥과 반찬을 한 끼의 기본으로 칩니다. 밥 없는 반찬? 반찬 없는 밥? 어색하고 이상하지요. 둘 중 하나가 없는 밥상은 상상할 수조차 없건만 예전에는 그리 찾아보기 어려운 광경이 아니었나 봅니다. ‘건건이서리’라는 풍습이 있었던 걸 보면요.

‘건건이’는 ‘변변치 않거나 간단한 반찬’을 뜻하는 우리말입니다. 그리고 건건이서리는 겨울철에 찬거리가 떨어진 마을의 아낙네들이 모여 부잣집에서 된장이며 고추장, 김치 같은 찬거리를 얻어가는 우리네 옛 풍습이었습니다. 물론 완전히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낙네들은 부잣집에 찬거리를 얻으러 가기 전에 보통은 산에 올라 산나물을 뜯거나 하여 이를 부잣집에 가져다 놓습니다. 일종의 거래와도 같은 셈이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집에서 담은 김치 한 쪽이라도 나누는 풍습이 그립습니다


하지만 아낙네들이 가져가는 것들과, 부잣집에서 얻어오는 게 같았을 리는 없습니다. 아낙네들은 훨씬 많은 것들을 얻어오고는 했지요. 된장과 고추장, 그리고 김치 같은 걸 넉넉하게 담글 수 있는 형편이 되지 못했을 테니까요. 그렇지만 건건이서리는 ‘거래’가 아닌, ‘정’을 나누어 주는 마음씀씀이이며 배려라고 보는 게 더 맞을 듯 합니다. 더 많이 가진 사람이 상대적으로 못한 이들에게 ‘건건이서리’라는 이름으로 보다 겨울을 나기 쉽도록 하면서도, 일방적인 동정으로 느끼지 않도록 형식적으로나마 거래 혹은 교환이라는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보입니다.

지금은 비록 잊혀져 가고 있고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풍습이지만 건건이서리에 담긴 정신인 서로 도와가며 사는 마음만은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2007년의 끝이 코 앞으로 다가온 지금, 올해 얼마나 나누고 베풀며 살았는지 반성하고 다가오는 새해에는 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며 따뜻하게 살 수 있기를 기도해 봅니다.


넉넉한 겨울을 보내는 방법, 국산 김치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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