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지, 이제 빈티지를 따져라
/김치 블로그/김치 스토리 - 2007. 12. 26. 09:20
와인을 고를 때 기준이 되는 것 중 하나는 빈티지(vintage, 포도 수확 연도)일 겁니다. 각자의 취향과 기호에 따라 고르는 게 가장 먼저이겠지만 와인에 대해 잘 모를 경우에는 빈티지에 대한 정보를 기초로 할 때가 많습니다. 로버트 파커처럼 유명한 와인 평론가가 만든 빈티지 차트도 꽤 도움이 되지요. 또한 얼마나 오래 묵었느냐 보다 어느 해에 수확한 포도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출처: www.wine21.com
출생 연도에 의해 맛이 달라지는 와인처럼, 김치 역시 언제 담갔느냐에 따라 다양한 맛을 냅니다. 와인과 다른 점이 있다면 ‘어느 해에 담갔는가’보다 ‘얼마나 묵었는가’가 핵심인 거지요. 일전에 소개해 드린 책 <사랑한다 우리말>에도 ‘생김치, 익은지, 묵은지’로 김치를 익은 정도에 따라 나눈다고 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언제 담갔는지에 의해 가리키는 말들도 달라지게 됩니다.
그 중에서도 묵은지의 경우 최소 6개월에서 12개월은 지나야 묵은지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게 정설입니다. 2~3개월을 속성으로 익혀 낸 김치는 묵은지라고 부를 수 없다는 거지요. 묵은지로 유명한 전라남도 쪽에는 3~5년 된 묵은지들이 있다고 하니 그 맛이 궁금할 따름입니다. 더군다나 묵은지는 일반 김장김치와는 제조법이 약간 다릅니다. 소금의 양이나 들어가는 부재료들에 차이가 있다고 해요.
즉 담근 지 오래되었다고 해서 모든 김치가 묵은지로 변하는 건 아닙니다. 애초부터 묵은지가 될 김치는 따로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요즘엔 워낙 묵은지가 슬로 푸드로 인기를 끌고 있다 보니 조금만 오래 되었다 싶으면 묵은지로 둔갑하는 김치들도 제법 있다고 합니다. 신김치라고 해서 곧 묵은지인 건 아닌데 말이지요.
(관련기사는 여기!)
빈티지. 그러니까 수확 연도와 그 해의 환경 등등을 고려해서 와인을 고르는 것처럼 묵은지를 고를 때에도 얼마나 묵은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담갔는지 등을 살펴야 할 것 같습니다. 뜨끈하고 칼칼한 국물이 절로 당기는 겨울, 제대로 담근 묵은지로 만든 요리는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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